<우리는 사랑일까> : 그 유명한 알랭 드 보통

 

안뇽.

오늘은 <우리는 사랑일까> 책에 대해

인상깊었던 구절과 간단한 몇줄 후기를 남기려고 한다.

 

스포하자면 이 책 강추임

 

 

언제나 그랬듯 별점부터 냅다 갈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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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별점 4.5점 준거는 이 책이 유일하다!

그런데 사실 별점을 안 매겼을 뿐 마음 속에 있는

4.5점 꽤 많긴함ㅋ

 

 

읽기엔 좀 어렵긴 하지만, 인간 심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진짜 몰입하게 되는 책이다.

 

만약 내 애인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 책을 통해 해답을 얻고 싶은 거라면

다른 책을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알랭 드 보통의 깊은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부럽기도 하고 읽다보면 계속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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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개인적인 몇(십) 줄 독후감

남녀 간 사랑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은 건 처음이었다. 처음부터 조금 어려운 책을 고른 것 같다는 생각이 읽을 수록 들기는 했지만, 이 책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었다. 끝까지 읽고 난 후에는 알랭 드 보통의 깊은 통찰력이 놀라웠고 부러웠다.『우리는 사랑일까』는 남녀 주인공의 연애 스토리와 함께 중간 중간마다 작가의 생각과 설명이 들어간다. 나는 중간마다 들어간 작가의 생각들이 깨알같이 재미있었고 소중했다. 다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오빠와의 관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고, 사랑에 대한 깊은 통찰적 문자을 보면서 통쾌하기도 했다. 남녀 간 사랑에 대한 생각에 깊게 파묻히고 싶다면 읽는 것을 추천한다.

 

 

 

📌 인상깊은 문장들만 쏙쏙

흔히 명확함과 의사소통을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나 일에는 묘한 매력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188p

나도 내 남자친구와 함께 대화하다보면, 남자친구의 소통 방식을 많이 닮아가기도 한다. 남자친구는 명확함과 정확한 의사소통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나 또한 그 부분을 남자친구의 장점이자 내가 닮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하여 평소 어눌한 나의 표현들을 교정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이를 '묘한 매력이 있다'고 표현했다.

 

그 남자가 곧잘 무심해지거나 딴청을 부리거나 앨리스의 전화에 응답하지 않는 것은 자신이 그만한 애정을 받아 마땅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192p

에릭(남주인공, 여주인공인 앨리스의 애인)의 이러한 모습은 나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나 또한 남자친구가 나를 열렬히 사랑하고 좋아해줄 때,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색해하며 피하려 들 때가 있었다. 나는 그 이유가 단지 내가 남자친구를 그 당시 아주 짧은 순간에 마음이 식은 것 뿐이라고 단정지었지만, 사실은 난 그 애정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본인의 느낌과 남에게 보이는 모습 사이에 골이 깊기 때문에 어쨌거나 육신은 저주였다.
204p

여기서 내숭이란 모순으로 정의될 수 있다. 뭔가 강력하고, 탐나고, 장악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렵고 싫지만, 동시에 그것에서 혜택을 얻으면 행복한 것이다. 성공한 예술가는 자본주의 제도를 비난하면서도, 작품을 팔아 돈을 벌면 좋아하는 내숭을 보인다. 수백만 달러급 모델은 "예뻐야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에요"라고 내숭을 피운다. 이 말을 하기 직전에 그녀는 최근 행복했던 일들〔케냐에서 사냥한 일, 자기 이름을 딴 향수〕을 말했고, 그것들은 전적으로 외모와 관계가 있었다. 그리고 앨리스는 유혹적인 속옷에 돈을 쓰면서도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고 싶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나한테 그렇게 해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내숭을 보였다.
205p

내숭을 모순이라 연결시킨 것이 인상깊었다. 저 문장을 읽으면서 '이러면 모순없는 사람은 없겠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동시에 정확히 반대되는 행동과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사랑의 동기 중 덧없는 요소를 다 뺐을 때, 앨리스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육체와 지성과 가진 것들을 제하니, 어떤 사랑할 이유가 남았을까? 데카르트처럼 별로 남는 게 없었다. 그녀에게는 순수한 의식, 순수한 자신이 존재한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남았다.
221p

릭을 사랑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드러났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여성들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난다. (물론 나도 어느 정도 끌려야 만나겠지만, 내게 먼저 호감을 가지고 다가온 상대를 만날 확률이 내가 먼저 좋아한 상대를 만날 확률보다는 높을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도, 내가 사랑하는 것보다는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서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날 앨리스는 에릭이 호텔에 대해 느끼는 불만을 똑같이 경험했다-그녀는 사랑의 영역에서 관광객임을 깨달았다. 그녀 역시 울타리 밖으로 나가 애인이라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타험하며 꿈을 시험해 보는 호기심이 부족했다. 그녀가 믿기에 모든 것을 가진 남자가 의사소통할 수 있는 모뎀 같은 기본 요소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231p

관광객은 놀라는 것을 싫어한다. 새로운 경험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그것들이 다 예상 그대로여야 한다. 반면 여행자들은 예상하지 않고 여행하며, 짐작했던 바와 다른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앨리스는 전자였던 것이다. 앨리스는 에릭에 대해 완전히 파악했다고 믿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 남자라 믿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행동하면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려고 억지 요소를 끼워넣었다.

 

책은 목적에 있는 게 아니니까 - 진공청소기와 오일펌프에는 목적이 있지만, 예술은 예술 자체를 위한 게 아니던가? 나보코프가 뭔가를 배우려고 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조롱했던 일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터 - 뭔가를 배우려고! 철갑상어 알을 좋아하는 취향을 없애려는 것처럼 우스운 일이 아닌가?
239p

나는 책을 어떤 목적을 두고 읽었다. 하지만 그 책을 만든 작가가 어떤 목적을 위해 그 책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게 된다. 예술적인 책은 그렇지 않은 책이 줄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실제로 내가 얻고자 했던 지식보다 더 가치있는 무언가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목적성을 가진 예술은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알랭 드 보통은 책은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곰곰히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 예술도 있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예술은 예술 자체를 위한다는 말은 오히려 현실성 떨어지는 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가 자동차 타이어에 바람을 잘 넣거나 직장에서 발표를 잘하면 에릭이 듣기 좋은 말을 해준다는 것을 앨리스는 알고 있었다. 또 친구 루시가 자신의 성공담을 듣기 싫어하자, 루시의 비위를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일이 힘든 기색을 보이곤 했다. 부자 친구인 라비니아를 만날 때면 말투가 서부 런던 억양으로 변했고, 화가 친구 고든을 만날 때는 루이셤 말투가 되었다. 앨리스의 말씨는 상대의 개성에 따라 변했다. 사람들이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명심하고, 그것에 맞추려고 분투했다. 자기 방식을 밀고 나가기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상대에게 보조를 맞추었으며, 일관되기보다는 환심을 사려 했다.
296p

나의 모습과 비슷했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나의 모든 성격과, 행동과 말투가 달라진다는 점... 나는 그런 나의 모습이 참 싫다. 진짜 나를 잃어버린 기분이 가끔 들 때가 있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 그들이 우리의 농담을 이해하면 우리는 재미난 사람이 되고, 그들의 지성에 의해 우리는 지성 있는 사람이 된다. 그들의 너그러움이 우리를 너그럽게 하고, 그들의 모순이 우리를 모순되게 한다.
312p

'타인들이 우리를 이해하는 폭이 우리 세계의 폭이 된다.'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구절이다. 나라는 존재는 결국 스스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와 함께하는 순간의 자신 모습이 좋다는 남자친구의 말도 생각났다.

 

에릭은 단순히, 그를 만나기 전에도 그 후에도 존재했던, 사랑하고자 하는 욕망의 촉매제 아니었을까? 그녀의 사랑은 그 남자와 함께 자리 잡았지만, 그것이 그 남자에 대한 사랑이었을까? 그 남자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그저 결실을 맺지 못한 약속이 아니었을까?
384p

이 구절은 앨리스의 400페이지가 넘는 사랑이 본래 무엇이었는지를 나타내는 원액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내가 사랑하는 그 행위 자체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인지를 물었다. 나는 사람은 이기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행위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각한다. 어쩌면 둘 다.